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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방리 농장의 봄, 수국이 그려내는 기다림의 미학
흙살림 괴산 삼방리 농장의 아침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어느새 찾아온 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부지런히 자기 자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농장 곳곳을 수놓은 노란 수선화가 먼저 고개를 들어 봄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흙을 뚫고 나온 튤립의 초록빛 잎사귀들이 생동감을 더합니다. 목단 역시 붉은 기운을 머금은 새 잎을 내밀며 계절의 변화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봄 삼방리 농장에서 가장 특별한 풍경은, 치유농업을 함께 공부하는 이들의 손길이 머문 수국 밭입니다. 겨울 내내 마른 갈색으로 침묵하던 수국들이 사람들의 정성 어린 가위질에 제 몸을 내맡겼습니다. 가지치기는 단순히 나무를 보기 좋게 다듬는 작업이 아닙니다. 물론 제멋대로 뻗어 나갔던 묵은 가지들을 정리하면 수국은 정갈한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더불어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야만 영양분이 새순으로 집중되어, 여름날 우리를 설레게 할 탐스러운 꽃송이를 피울 수 있습니다. 치유농업을 공부하는 동료들이 함께 땀 흘리며 가지를 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치유'의 순간이었습니다.
삼방리 농장의 연못과 연밭에도 다시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찰랑이는 물결 위로 삼방리의 봄 하늘이 내려앉습니다 그 곁을 지키는 조각상은 마치 이 모든 변화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듯합니다. 물을 채우는 일은 생명을 깨우는 신호탄입니다. 이제 곧 수국 잎들이 무성해지고, 가지치기한 자리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겠지요.
오늘 우리가 정성껏 다듬은 수국 가지들은 뜨거운 여름, 흰색의 꽃구름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삼방리 농장의 봄은 단순히 꽃이 피는 계절이 아니라, 사람의 손길과 식물의 생명력이 만나 새로운 희망을 설계하는 계절입니다. 깔끔하게 단장한 수국들처럼, 우리의 마음도 지난겨울의 묵은 감정들을 털어내고 더 단단한 내일을 준비해 봅니다. 꽃피는 여름, 수국 그늘 아래서 다시 만날 그날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