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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농민연구원-충주 정시영
흙살림 조회수 1,271회 14-05-1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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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농민연구원-충주 정시영
 
언제 추운 겨울을 보냈냐는 듯 초록빛 새싹과 화사한 꽃들로 옷을 갈아입은 산야를 지나 도착한 충주시 노은면. 복사꽃이 넘실거리는 들판 가운데 자리 잡은 정시영 현장농민연구원의 연리지농장을 찾았다. 유난히 깔끔하게 정돈 된 농장의 모습에서 30여 년이 넘는 농사 경력의 연륜이 보이는 듯하다. 정시영 현장농민연구원의 농장에서는 유기농 쌀, 브로콜리, 수박 등이 경작되고 있는데 특히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유기농 수박을 맛 볼 수 있는 산지이기도 하다. 이번 방문에서는 이 귀한 유기농 수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400여 평의 시설에서 재배되고 있는 수박은 인근 5농가와 함께 운영 시기를 조절하여 파종, 정식, 수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정식을 시작한 해당 농가에서는 2월 중순 경에 파종. 15일 정도 자란 후 3월 초에 접목하여 4월 말 경에 정식한다고 한다. 현재 시설에서도 이제 막 정식을 마친 수박이 줄기를 뻗어나가고 있었다. 보통 육묘까지 직접 하는데 대목은 ‘오작교’라는 야생수박을 사용한다고 한다. 5년 전 쯤 대목을 바꾸고 나서부터 덩굴이 크고 잎의 세력이 좋아져 뜨거운 한 여름에 천연 차광막이 형성되어 더위 피해도 줄고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흙을 살리는 유기농업에 전념한지 30년 가까이 되면서 흙 속의 유기물도 그만큼 풍부해졌다. 매년 작기 시작 전 밑거름으로 유박과 균배양체, 고토와 규산을 투입하고 겨우내 길렀던 보리순을 쳐낸 뒤 갈아 엎어준다. 유기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지렁이도 많아졌는데 한 가지 흠이라면 지렁이를 주식으로 하는 두더지도 늘어났다는 것. 정시영 현장농민연구원은 두더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면서도 흙 속의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해졌다는 것 아니겠냐며 웃으며 말한다. 그러나 두더지 때문에 피해를 입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움직이는 이 강력한 생물체를 막거나 쫓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저 두더지가 지나가고 난 뒤 일일이 파헤쳐진 자리를 다시 정돈하고 알고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피해를 줄이는 일밖에는 할 수가 없다. 다행히 올 해 부터는 보조를 받아 음파로 두더지나 야생동물을 쫓아내는 기기를 설치하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웃거름은 직접 만든 보리순 액비를 사용한다. 수박 후작으로 브로콜리까지 하고 난 뒤 보리를 심어 얼마간 자라면 순을 잘라 흑설탕에 재워 만든 효소를 수 년 간 발효시키면서 사용한다. 웃거름은 보통 정식 후 한 달이 지난 뒤 수정이 끝난 후 부터 사용한다. 당도 관리는 브로콜리 잎사귀로 담은 효소를 엽면시비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박 농사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아무래도 병충해 방제이다. 특히 두더지와 진딧물 때문에 매년 애를 먹는데 진딧물은 이전까지는 담배훈증을 사용했으나 올 해부터는 담뱃잎을 우려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외에 수박 덩굴 가장 자리에 보리를 심어 진딧물 방제를 한다. 뱅커플랜트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작물 주위에 진딧물, 응애 등 해충이 좋아하는 작물을 심어 해충은 유인함과 동시에 이를 잡아먹는 천적도 함께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모든 농부의 마음이 그렇듯 제 가족에게 마음 놓고 먹일 수 있는 농사를 짓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된 친환경 농사. 어느 덧 26년의 시간이 지나는 사이 돌이켜보면 이 농사가 나와 내 가족만을 먹여 살린 것이 아니라 흙과 그 속에 살고 있는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먹여 살리고 농사와 관계된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겸허히 웃는 정시영 현장농민연구원의 말 속에서 유기농업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생과 공존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