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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흙의 날 학술 심포지움 토론문
(사)흙살림 연구소 이태근
1. 국내 흙살림 운동은 민간 단위의 유기농업 운동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유기농업의 기본은 흙을 살리는 일이라는 인식하에 1991년, 흙을 살리는 미 생물 연구를 괴산미생물 연구회에서 시작하였고
한살림과 유기농업 운동가들이 모여 1993년 흙살림 연구모임을 창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민간 차원의 유기농업 운동이 시작되었다.
운동 초창기 흙살림 연구모임 산하에 흙살림 연구소를 만들어 우리나라 최초로 유기농업의 과학화를 목표로 당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농업용 미생물을 국산 화하고 국내 현실에 맞는 친환경 농법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 으로 흙살림 순환
농법, 유기농 상토, Non-GMO 사료, 미생물 농약, 왕우렁이 제 초기술, 농약 및 중금속 분석 시설 등 유기농업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농업 기술 및 자재를 연구, 개발해오고 있다.
흙살림 운동을 시작했던 25년 전, 일부 유기농업운동에 비판적인 학자나 연구자 들 사이에서는 흙살림 운동이 멀쩡히 살아 있는 흙을
마치 죽은 것 처럼 유언비어 를 퍼뜨린다는 비판도 있었던 시절이다.
2. 농화학의 창시자인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1803~1873)에 의해 1859년 미네랄 비 료가 개발된 이래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의 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미국에서 는 1950년대, 유럽에서는 1960년대 화학물질의 사용이 보편화되어 바야흐로 화학 농업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56년 충주비료, 1961년 나주비 료 공장이 가동되면서 화학비료 시대가 시작 되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통의 농업방식을 이어오고 있었고 이는 곧 유기농업이었다. 그러나 1970~80년대 도시화,
공업화로 인해 농촌인구가 도시 로 이동하면서 인력 부족을 겪게 되었고 더불어 주곡 및 식량자급이 강조되면서 생산량 증대를 목적으로
무기비료의 생산과 보급이 본격화되어 전통적인 방식의 유기농업은 순식간에 무기농법으로 대체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친환경 농업에 대한 관심이 민간, 소비자 중심으로 대두되면서 1994년 유기, 무농약, 저농약으로 분류되는 친환경 농업이
국가적 농업 정책의 하나로 채택되어 친환경 농업을 하는 중소농을 위한 정책이 시작되었고 이에 따 라 농민들 사이에서도 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의 흐름 속에서 1997년 환경농업 육성법이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유기재배, 무농약재배, 저 농약재배에 대한
지침이 만들어 졌다.
3. 친환경 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은 3월 11일을 흙의 날로 제정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매년 기념행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처럼 흙의 날이 공식적으로 법률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흙은 친 환경 농업과 가장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법의 정의를 보면 친환경 농어업이란 합성농약, 화학비료 및 항생제, 항균제 등 화학 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그 사용을 최소화하고
농업, 수산업, 축산 업, 임업 부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하여 생태계와 환경을 유지 보전 하면서 안전 한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 임산물을 생산
하는 산업을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생산 된 산물들을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무항생제 축산물, 무항생제 수산물 로 지정하고 있다.
4. 2001년부터 시작 된 유기, 무농약 인증제도는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고 2016년 현재 유기재배 11,723농가, 무농약 48,325농가, 우리나라
106만 농가 중 약 6% 를 차지하고 있다. 농민 수로 보면 254만 명 중 14만 4천명이 친환경 농업에 종 사하고 있다.
우리나라 논농사 면적은 총 80만 헥타르이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이 조사한 무비료구의 쌀 생산량은 헥타르 당 2,746kg로 우리나라의
모든 논을 유기농업화 한다면 총 2,696,800톤의 쌀이 생산된다. 현재 국내 쌀 소비량 325만 톤에 남아 도는 쌀 재고량만 190만 톤이라고 한다.
계속되는 인구 증가량 감소와 식문화의 변화로 더 이상 쌀 소비량을 증가시킬 수 없다면 쌀 재고 해결의 유일한 방법은 유기농으로 생산을
감소시키는 방법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불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후손들에게 건강한 논을 물려줄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물론 쌀농사의 유기농업화에는 적정한 쌀 가격을 책정하고 생산비 보전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과 직불제를 재편하여야 한다.
5. 3월 11일 흙의 날을 맞이하여 흙과 관련 된 이해 당사자들의 생각의 폭이 넓어 지고 우리나라 농업과 환경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흙을 살리고 물을 살리고 공기를 살리고 우리의 먹을거리를 살려 우리 농업이 생산 뿐 만 아니 라 환경까지도 지속가능하게 되도록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우리나라 전체가 흙살림 운동에 참여하는 그 날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